설악산 얘기
-진교준-
1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 설악 . 설악산이 좋더라
2
산에는 물, 나무, 돌 . . .
아무런 誤解도
法律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自由가 있다.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3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障碍도 없고
멀리 東海가 바라 뵈는 곳
산과 하늘이 融合하는 틈에 끼어 서면
無限大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 질 수도 있는 것을 . . .
정말 160cm라는 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을 . . .
4
도토리를 까 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내게 한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素朴한 慾望일 수도 있는 것을 . . .
自由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 들어 버리고 싶은가
5
깨어진 기왓장처럼
五世庵 傳說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 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 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 간다는 (註, 갈가지: 강원도 방언으로 범 새끼)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 감자라도 구어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6
百潭寺 내려가는 길에 骸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줏어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 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 처럼
哲學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 . 골 . 에 . 다 . 가 . . . .
7
나는 산이 좋더라
永遠한 休息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 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
전 설
입동이 지나면 가난으로 배회하던
용두산 뒷길 골목 끝의 낡은 술청을 찾아
우리는 세월에 등밀려 흐느적거리며 가지.
시간이 때에 절어 겸이의 얼굴만큼
반들거리는 쪽탁자 사이하고,
도시에서도 토왕을 꿈꿀 수 있다고.
말라비틀린 목구멍 찢어발겨진 노가리,
산꾼의 영혼을 닮은 싸한 소주,
하루가 그렇게 씻겨 내려갔다.
뿌옇게 김이 서리는 창 진눈깨비라도 뿌리면
삐꺽이는 입구 미닫이 숨을죽이고
탁자 모서리 쌓여 가는 빈 병 사이로
설악의 눈바람이 들렸다.
토왕을 빼어 닮은 불빛 아래의
소주병 그리고 이내 번득이는 픽켈,
폭죽처럼 튀는 靑氷의 파편들
절겅이는 금속성 장비 환청으로 울렁이는 가슴.
전설이 염원의 끝머리에 설 때면
창밖으로 하얀 만다라 우리들의 자유를 축복했다.
그러나 오래전 또 다른 전설을 찾아 악우들은 떠났고
토왕은 스스로를 깨뜨려 설악동 저자거리를 지나
쌍천으로 쌍천으로 매일 아침해를 던지는 동해로 갔다.
-권경업 <산정노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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