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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네발의 행복 2010. 2. 12. 13:50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 하고도 아바나.

치명적 중독성을 가진 도시, 불온한 여인처럼 마초 이미지의 사내들을 향해 손짓하는 곳.

살사 리듬과 혁명의 구호가 타악기와 랩처럼 공존하는 땅.

 

가난하지만 결코 남루하지 않은 나라,

삶은 우울할지언정 표정은 결코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 평했던 인간해방의 풍운아 체 게바라가 여전히 살아 숨쉬는 혁명의 땅.

깡패 미국에 머리 꼿꼿히 세우며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나라, 쿠바! 쿠바 사람들!

 

카리브의 청옥빛 바다만큼이나 청량하게

불어오는 해풍만큼이나 끈적하게

우울과 활력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타악기의 리듬에 맞추며

자신들의 삶과 애환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쿠반재즈의 대명사,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제는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아바나보다 연주여행으로 지구촌을 누비는,

그래서 아바나에 가도 만나기 쉽지 않은 젊디 젊은 노인밴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그들의 음악 속에서 오늘 나는 해방이란 두 글자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chan chan 

 

빔 벤더스는 또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주제인 '길 위의 인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이다'.

길 위의 인생들은 너나없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지된 시간 속으로 하얗게 바스러지며 소멸해간다.

그러나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들은 소멸한 그 지점에 진저리나도록 붉은 꽃송이들을 던져 놓고 사라진다.

슬픔을 모르는 글라디올러스 같은.

"우리가 인생이다. 음악이 인생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candela

 

아무래도 저 리듬이다. 광장이나 골목할 것 없이 환청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하는 저 타악기 마라카스의 리듬.

귀와 피부 속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와 핏줄을 타고 흐르면서 단숨에 아드레날린이라도 주사한 듯 심장박동을 팽팽하게 당겨 일으키는 저 북소리.

아련하면서도 저릿한 그 자장 속으로 들어서면 그 누구라도 '현실의 작은 결핍쯤이야, 존재란 이토록 눈부시고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거늘'이라며

가슴속에서 간지럼처럼 퍼져오는 행복감과 충만감에 푹 잠겨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라이 쿠더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Y Tu Que Has Hecho

 

쿠바의 대표적인 음악장르인 손(son), 룸바, 과히라 그리고 쿠반재즈.....

아프리카 음악의 전통 속에 라틴아메리카의 숨결이 섞인 그 개성적인 음악들이야말로 수많은 이방인들을 취하게 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가난과 슬픔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El Cuarto de Tula

 

낮에는 이발사로 일하며 밤에만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던 콤파이 세군도

마치 연인의 몸을 어루만지듯 피아노를 다루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

구두를 닦다 발견되어 클럽으로 끌려와 노래를 불렀고 70이 넘어서야 그레미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브라힘 페레르,

화면 속으로 날 빨아들였던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김벙종의 '라틴화첩기행' 중에서)

 

그들의 음악 인생 그리고 사랑이 있는 땅, 무엇보다 인간정신의 자존심이 음악이 되어 흐르는그 도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