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에 대한 안전불감증에 대하여...
북한산경찰구조대장 김창곤.
필자는 여러 산을 접하지 못하고 등반경험이 부족한데 이 글을 적는 다는 것이 앞서 간 선배들에게 혹시 누가 되지 않나 선뜻 응하기 힘들었으나, 몇 년간의 산악구조대 생활에서 보았던 산악인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북한산 인수봉에서의 사고가 대부분 안전불감증에서 오는 안타까운 사고였던 것을 생각할 때, 산악인들에게 다시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족한 글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북한산은 우이령을 경계로 하여 도봉산과 나누어진다. 이 두 곳을 한데 묶어 1983년 4월에 15번째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 북쪽으로는 의정부 사패산에서부터 남쪽으로 서울 불광동에 이르기까지 그 넓이가 78.5 평방킬로미터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은 2천만 수도권 시민이 이용하는 산으로 한강이 젖줄이라면 북한산은 공기를 정화하는 허파다. 일일 평균 등산객은 12,000명, 휴일은 평균 40,000명, 봄․가을철엔 13만명으로 연평균 774백만명이 찾기 때문에 산이라고 하기보다는 이제는 행락지와 같다.
경찰산악구조대는 구조업무 뿐만 아니라 암자 및 사찰주변 방범순찰업무와 야영지 도난방지, 취객들의 시비로 인한 폭력 사고처리, 한해 20명정도의 변사(사망)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사고처리 절차로는 경찰 또는 소방상황실에서 신고자 전화를 받고 구조대에 연락하면 구조대가 출동하여 응급처치 후 기상을 고려하여 중상 이상의 환자는 헬기를 이용하여 후송하고, 가벼운 경상환자는 들것이나 업어서 하산 후 대기중인 119 앰뷸런스에 인계하고 있다.
참고로 서울시내 대형 병원중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곳은 강남삼성병원, 현대아산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강남삼성병원은 병원측의 헬기가 헬기장에 대기상태로 있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청와대 비행금지구역으로 위급한 상황외에는 잘 가지 않아 대부분이 현대아산병원으로 이송한다. 그 외 경기도 일산에 명지대 병원이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내 경찰산악구조대는 1983년 4월 3일에 대학산악연맹 소속 대학생이 인수봉 춘계암벽 합동등반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18명이 자일에 엉켜 조난을 당하여 그 중 7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그해 5월에 창설되었다.
이 사고의 원인을 보면 등반의 기본수칙을 외면한데서 빚어진 참사였다. 해빙기인 3,4월의 산속은 급변하는 기상으로 눈과 강풍 그리고 혹한이 예고없이 닥칠 수 있는데도 조난당한 학생들은 방수방한재킷조차 입지 않은 채 눈이 뿌리는 800m암벽정상을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사망자들은 바위틈에 얼어붙은 자일에 감긴 채 암벽에 매달려 탈진과 허기에 지쳐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산행 특히 암벽에 도전할 때는 필요장비를 철저히 준비하고 기상을 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리고 암벽 등반시는 암벽등반 전문가의 안내 또는 자문을 받도록 하며 암벽등반의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등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경찰산악구조대가 대학산악부의 사고로 창설된 인연때문인지 대학생들이 등반할때면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자연스럽게 한번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암벽에서 최고의 적이 무지에서 오는 안전불감증 등반이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으나 암벽에서는 "모르면 죽는다“
요즘 등산객은 암벽이 하나의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바위를 오르면서 장난치듯 웃고 떠드는데,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암벽에서의 단 한번의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그 사고앞에서도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몇가지 사고 예를 들어 우리들의 현 등반모습을 짚어보고자 한다.
조난자에 대해 서툴고 성급한 구조 시도로 사망한 사고 예이다. 1997년 10월26일 인수봉 비둘기길 오버행을 2명이 하강하던 중 1명이 먼저 하강후 강풍에 자일을 고정한 다음 하강하다가 오버행 턱에서 옷이 하강기에 말려 들어가 풀기 위해서 오버행 바로 밑 볼트에 확보줄을 걸고 고정한 것이 더 화근이 되어 체중이 실린 확보줄을 풀지 못하고 다시 하강자일로 하강하는 것이 힘들게 된 것이다.
밑에 있던 일행이 등강기를 이용해 고립된 곳까지 올라 확보줄을 풀어주려 애쓰다가 역시 탈진, 오버행 밑 허공에 고립되어 저체온증으로 2명이 사망하였다. 기초지식 없는 성급하고 조급한 구조는 2차 사고를 유발한다.
미국의 911구조대 평가시험에서는 화재 및 인명구조시 조급하게 움직이면 감점요인이 된다. 그만큼 침착하고 냉정한 상황 판단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 수직 암벽에서의 인명구조다.
성급하게 체력소모가 많은 등강기를 이용해서 현장으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고 최대한 체력을 소모가 적은 길을 선택하여 정상에서 새로운 로프를 설치 하강하여 구조하는 것이 기본이고, 자존심을 버리고 초기에 주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위 사고도 안전불감증에서 오는 예고된 인재 사고였다.안전불감증은 무지에서 오는 소산이다. 특히 산에서는 의료서비스가 늦기 때문에 끝없이 배우고 익혀 그 위험요소를 스스로 제거하는데 중요성을 부여하고 싶다.
최근 5년간 북한산 국립공원 사고 현황
북한산 연도별 사고현황
연도 |
사망 |
중상 |
경상 |
조난 |
합계 |
2002 |
8 |
49 |
55 |
9 |
121 |
2003 |
7 |
59 |
58 |
29 |
153 |
2004 |
8 |
62 |
58 |
16 |
144 |
2005 |
9 |
105 |
66 |
13 |
193 |
2006 |
7 |
89 |
37 |
10 |
144 |
도봉산 연도별 사고현황
연도 |
사망 |
중상 |
경상 |
조난 |
합계 |
2002 |
2 |
102 |
1 |
8 |
113 |
2003 |
8 |
107 |
3 |
8 |
126 |
2004 |
7 |
99 |
21 |
6 |
133 |
2005 |
4 |
92 |
32 |
5 |
133 |
2006 |
4 |
67 |
15 |
6 |
92 |
<사진1 : 지난 4월초 인수봉 의대길 2피치에서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고 등반하다가 추락하여 바위 턱에 발목이 골절된 환자를 헬기로 후송하는 모습. >
주 5일제 근무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부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산악회가 많이 성행하고 있다.
등산 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레 산악사고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산악사고는 일반워킹사고 30%, 암릉사고30%, 암벽사고40%로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경험 많은 전문 암릉꾼들로 자기 과시와 확보 없이 등반하다 추락하여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 한번의 실수로 인하여 평생불구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다른 사람이 오른다고 해서 자신도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 설마 하는 방심, 자기실력을 과시하려는 영움심이나 만용이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또한 초보자를 데리고 갈 때는 위험한 길은 우회하고 암릉 코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숙지하고 그에 필요한 장비를 선택하여 선등자와 후등자는 확보를 철저히 하면서 등반해야 한다. 또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기본적인 응급처치 요령을 숙지하고 비상연락을 할 수 있도록 휴대폰과 예비 배터리를 준비해야겠다.
지난 9월 28일 남편이 이틀전에 북한산 암릉 등반 하러 가서 소식이 없다는 한 여자분의 애절한 전화를 받았다. 생사여부조차 확인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하며 대원들을 이끌고 사고위험 지역 위주로 수색을 하였다.
원효 암릉 절벽 구석구석을 로프를 타고 하강하며 살폈는데 만경대 일명 사랑바위 옆 70m아래 지점에서 한 남자의 싸늘한 주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고자가 죽음을 피할수 없었던 것은 단독등반 때문이었다. 단독등반의 위험은 위급시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2 : 북한산 만경대 암릉 위험구간을 안전확보도 없이 줄줄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으로 윗 사람 추락시 도미노 식으로 떨어져 큰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암벽에서 사망사고는 대부분 하강사고다. 불안정한 하강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2004년 10월에는 인수봉 벗길옆 은정길에서 60m한동으로 하강을 하다가 로프길이가 1m정도 짧아 처음 내려간 등반자가 로프의 신장력을 이용할려고 두 줄중 한 줄을 확보점에 고정시키고 윗사람에게 하강을 지시했는데 윗사람은 밑 고정된 줄에 8자하강기를 설치하고 확보줄을 풀고 몸을 뒤로 제치는 순간 60m추락하여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사고자는 등반 초보자가 아니고 경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밑의 등반자와 싸인미쓰, 하강시스템 착각에 의한 사고다.
내려오기 전에 그 시스템을 확인하고 하강기 없이 줄에 매달려 내려 올 경우, 확보물에서 로프에 체중을 싣기에 앞서, 파트너로 하여금 로프를 바짝 당겨 주고 우리의 체중을 잡아주도록 한다.
그 시스템이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앞뒤 문맥이 맞지 않네요.. 글쓴이의 의도는 확보점에서 하강기에 체중을 싣고 하강시스템이 안전한 것을 확인 후 자기확보줄을 제거 하여야 한다는 뜻인거 같은데.....)
2005년 10월 9일 한글날 선인봉 설우길에서 60m로프 한 동으로 하강하다가 로프 중간자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로버트 하강기로 양손에 한 로프씩 잡고 하강하다가 로프길이가 짧아 옆 테라스로 트래버스 하다가 전날 내린 비로 바위의 이끼에 발이 미끄러져 한 줄이 빠지면서 30m추락하여 사망한 사고도 있다.
2004년 11월 인수봉 빌라길에서 60m로프 두 동을 이용하여 일행이 하강기가 없어 자신의 것을 빌려주고 경험 많은 사고자는 마지막으로 카라비너를 이용한 고전 방식으로 하강하다가 로프가 이탈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카라비너 방식은 80년대 장비가 없던 시절에 하던 하강법이었는데, 필자는 비상시 카리비너보다는 반까베스통으로 하강을 했더라면 하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사진3 : 비와 강풍이 동반한 기상 악화 속에 백운대 등반을 하다가 실족한 허리골절 환자를 헬기로 후송하는 모습. 인수봉 넘어 도봉산이 안개로 덮여있다.> |
<사진4 : 확보도 없이 백운대 등산로가 아닌 위험구간을 가다가 추락하여 발목골절된 환자를 헬기로 후송하는 모습.> |
필자가 산악구조대생활 중 북한산 인수봉 암벽 사고를 처리하면서 느꼈던 암벽등반에서 알아야 할 사고유형과 대비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알아야 한다.
사고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현장에서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할수 있는 동료 및 주변등산객이다. 외국의 경우 유치원에서부터 응급처치교육이 의무화되어 자연스럽게 응급처치를 한다. 구조현장에 도착해보면 피를 흘리면서 신음하는 동료를 보고 아무조치도 하지 못한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서 응급처치를 어렵게 생각하나 응급처치는 현재의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게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혈만 할 수 있다면 시간지연에 따른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롯데 임수혁선수가 경기도중 2루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운동장에서 아무조치도 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모든 운동선수들은 부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필수다. 임선수가 쓰러졌을 때 바로 옆에 있던 동료중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만 있었어도 전도유망했던 한 야구선수가 아무 의식없는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은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이종격투기가 유행인데 우리나라 에서 하는 격투기를 보면 타격에 의해 선수가 실신하였는데도 주심은 카운터를 하고 있고 링닥터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국같은 경우 링주변에 닥터가 있고 선수가 부상이 있을시 신속한 조치를 한다.
마찬가지로 산행을 하는 모든 이는 신속히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 동료를 위하여 응급처치는 필수이다.
<사진5 : 지난 10월 29일 취나드B에서 15미터를 추락한 대학생으로 추락거리에 비해 안전장구인 헬멧이 머리를 보호하였고 등에 배낭이 허리충격을 흡수하여 경미한 부상으로 그친 것이다.> |
2006년 3월 20일 14:25분경 북한산 노적봉삼거리에서 이모씨(46세)가 혼자 산행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아무 응급처치도 못하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뇌는 5분만 산소 공급이 안되어도 사망 아니면 큰 장애로 이어진다. 산악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최대한 빨리 간다해도 30분이다. 주변 주변등산객이 심폐소생술만 할 수 있어도 사망은 막을 수 있다.
다친 사람이 심장이 멎은 다음 죽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분밖에 안된다. 따라서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와 같은 응급처지를 하지 않으면 뇌 활동은 멈취버린다. 산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사고장소에서의 응급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응급처치법을 모른다고 하여 죄악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급시 나의 응급처치가 한 생명을 삶과 죽음으로 가를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히 그 중요성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준비된 사람만이 운명의 신의 손길을 비껴갈 수 있는 확률이 생기는 것이다.
두번째로 등반해야 할 바윗길에 대한 사전 정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인수봉을 등반하는 대학산악부팀이 많은데 필자가 의아했던 것은 내가 가야 할 바윗길에 대한 책만 보고 올라가는 산악부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론일뿐이다. 암벽등반을 하고자 한다면 실제 등반 경험있는 사람에게 물어 확보물을 설치해야 할 지점과 확보점 설치 위험구간에서 동작, 등반 소요시간, 기후, 바위상태등을 체크해야 한다.
지난 7월에 인수봉 하늘길 첫피치 크랙에서 추락하여 발목이 골절된 사고가 있었는데 확보물설치와 루트에 대한 위험요소에 대한 지형적인 특색을 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늘길 첫피치 크랙은 5.10a로 오른쪽에 볼트가 설치되었는데 89년도에 부부가 등반 중에 크랙에서 프렌드를 설치하여 올라가다가 추락하여 확보물이 빠져 사망하여 볼트를 설치하였고 또한 볼트에 크립을 하고 힘이 부족한 사람은 크랙에 프렌드를 하나 설치해야하는데 하지 않고 올라가다가 떨어지면 밑부분에 턱이 있어 발목이 골절된다. 확보자도 이에 대비하여 있다가 추락과 동시에 최소한의 추락거리를 만들어 주어야하는데 선등자도 루트에 대해 모르는 판에 후등자가 어떻게 알겠는가. 필자는 선등시 첫 볼트에 쿽도르를 걸지않고 0형 카라비너 한 개를 크립하여 추락거리를 30cm줄여 추락시 발목이 턱에 닿지 않게 한다. 그만큼 루트에 대한 섬세하고 안전한 정보가 요구된다.
특히 학생들이 좋아하는 코스중 하나가 의대길인데 두 번째 피치 올라가다가 크럭스가
나오는데 크랙에서 프렌드를 설치하지 않고 넘어서다가 벙어리크랙에서 추락하여 밑 부분에 턱이 나와 발목이 골절된다. 암벽화의 마찰력은 등반에서는 좋으나 반대로 추락시는 고무 마찰력으로 인하여 제동이 되어 발목이 돌아가 골절로 이어진다. 2006년도에 같은 장소에서 5명이 발목이 골절되었다. 이렇듯 등반사고는 루트에 대한 무지와 설마하는 방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난이도가 높은 루트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고는 난이도가 낮은 초급자 코스인 5.8이나 5.9가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아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확보물 간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수 빌라길을 보면 난이도가 높은 루트일수록 확보물 간격이 조밀하여 추락거리가 짧고 난이도에 대한 부담감으로 집중력이 극대화 되어 마음가짐이 틀리다.
젊음을 믿고 어느 정도 암벽에 대하여 매력을 느껴 후등으로 몇 번 다닌 바웟길을 바로 선등하는 산악인들이 있는데, 암벽에서 선등과 후등의 개념은 하늘과 땅차이다. 바윗꾼들은 후등을 짐 정도의 의미밖에 두지 않는다. 그만큼 선등이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은 선등이 호기인양 한 번 해보겠다고 하는데 항상 이야기 했듯이 일반 취미 스포츠와는 달리 암벽에서 추락은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필자도 선등으로 인수 심우길을 올라갔을 때 4피치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야 인공등반을 할수 있는 마지막피치가 나오는데 야간에 헤드렌턴 불빛으로 루트가 확보점에서 보면 직상으로 연결된 것 같이 보여 올라섰다가 내려오지도 못하고 고생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바윗꾼들이 이야기 하기를 사람잡는 그레이드가 5.9라고 한다. 심우길 2피치 일명 개구멍식으로 기어가는 코스도 처음 크랙에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으면 다음 볼트 크립하기 전까지 자세가 크랙이 벙어리로 되어있어 추락위험성이 있고 추락하면 취나드A쪽 크랙으로 떨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선등의 매력과 중독성에 빠져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간혹 어떤 선등자들은 섣부른 경험으로 더 어렵고 힘든 루트를 선택하곤 하는데 바위는 할 때마다 새롭다. 준비되지 않은 무모한 선등은 나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 부상을 안길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사진6 : 북한산 원효 암릉을 경험 없는 초보자가 안전확보도 없이 오르다가 30m추락하여 전신골절로 신음하는 환자를 응급처치하는 구조대.>
세 번째로 정확한 장비사용법을 익혀야 겠다.
산악부 장비를 보면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대부분으로 슬링 줄은 해졌고, 카라비너는 상표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달은 경우가 많다. 특히 암벽에서는 장비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등반이 되지 않고 추락으로 이어진다. 확보장비로 제동력이 우수한 장비가 많이 있는데 학생들은 8자하강기를 주로 사용한다. 8자 항강기는 이제는 고전이다, 확보시 로프가 꼬여 부드럽게 빠지지 않아 제동 손까지 놓고 로프를 당긴다. 선등자 추락거리가 길 때는 제동이 되지 않아 손바닥에 화상을 입고 초보자 같은 경우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손을 놓는다. 사고시 가벼운 염좌로 그칠 것을 확보자 실수로 인하여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확보시 8자 하강기의 큰 구멍보다 작은 구멍으로 보는 것이 제동이 쉽고 로프 흐름을 좋게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좋은 확보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방식으로 내것이 최고의 기술이다는 사고를 버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사진7 : 하늘길 첫피치 크랙 등반시 볼트에 퀵드로를 설치하지 않고 카라비너 한 개를 설치하면 추락거리를 최소화하여 발목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고인 물이 썩듯이 변하지 않는 사고는 결국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끝없이 기술과 장비를 배워나가는 것이 암벽등반이고 소중한 자기 생명뿐만 아니라 남을 지키는 길이다.
그리고 모든 장비는 완벽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장점이 있으면 분명히 단점이 있다. 사용자는 이 단점을 찾아야 한다.
한 예를 들면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확보장비중에 제동력이 우수한 그리그리가 있다. 한 피치짜리 톱로핑, 후등자 확보시나 홀링시스템 사용시 용이하나 선등자 확보시 줄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빙벽등반시 로프가 얼면 제동력이 떨어지고 초보자가 로프를 반대로 걸 수 있는 단점이 있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최대의 단점은 인간의 본능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추락하면 무엇이든지 잡을려고 하는 것이 본능이다. 마찬가지로 추락을 보고 있는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놓아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그리는 레바를 놓아야지 캠이 로프를 눌려 제동이 된다. 초보자가 실수를 많이 하는 것중 하나가 선등자 등반시 로프가 잘 풀리지 않아 레바를 손가락으로 눌리고 줄을 빼준다. 선등자 추락은 순간적이기 때문에 손을 놓기도 전에 선등자는 바닥까지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필자는 그리그리로 로프를 빨리 풀어 줄때는 새끼손가락 한 개로만 레바를 잡아 선등자 추락시 충격에 의해서 의식없이 자동으로 레바가 빠지게 한다. 그만큼 장비 특성을 빨리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위험요소를 제거해야지 안전하다.
<사진8 : 지렛대 효과같이 볼트에서 퀵드로가 이탈하는 경우로 같은 쇠끼리 맞닿으면서 개폐구가 열리는 현상으로 등반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작년 궁형길 인공등반시 추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카라비너도 마찬가지로 각 제품마다 강도 내구성 및 특성이 있다. 인공암장에서 자유등반을 많이 하는데 등반시 로프를 잡고 크립하다가 카라비너 내부폭이 좁아 손가락을 빼지 못한 경우가 있다. 각 회사제품마다 내부폭과 각이 틀려 인공등반시는 퀵도르를 잡고 줄을 연결하여 어느 카라비너를 사용해도 관계가 없는데 자유등반시 추락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부폭이 넓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또한 귀바위 인공등반중 카라비너에 손가락을 넣은 상태에서 추락을 했는데 카라비너 개폐구 갈고리 형태 모서리에 걸려 살점이 다 떨어진 사고도 있었다.
프렌드도 마찬가지다. 각 회사마다 홋수 및 안정성이 틀리고 변형이 심하기 때문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이렇듯 수직세계의 등반은 각 장비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용도에 맞게 적재적소에 사용해야한다.
또한 장비를 사용하다 보면 지렛대 효과로 이탈하는데 등반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렛대 효과란 같은 쇠끼리 맞닿으면서 개폐구가 열리는 현상으로 8자하강기 톱로핑 확보를 보다가 잠금 카라비너를 쓰지 않고 일반 카라비너를 쓰다가 등반자를 몸으로 당겨주다가 8자하강기와 카라비너 개폐구쪽으로 빠지는 현상이다.
지난 9월 궁형길을 등반하던 선등자가 궁형크럭스에서 볼트에 퀵도르를 걸고 발에 슬링을 설치하여 일어서 크랙에 프렌드를 주고 일어서는 순간에 불안정하게 설치한 프렌드가 빠지면서 밑 볼트에 걸린 퀵도르까지 이탈하여 10m추락하여 머리에 큰부상을 입었는데 사고자는 프렌드가 빠진 것은 이해하나 퀵도르가 빠진 이유를 몰라 묻기에 지렛대효과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지렛대효과의 예방은 잠금비너를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네 번째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암벽등반에서 음주는 추락으로 이어진다.
지난 3월 24일 위문 위 암릉구간에서 5m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가니 사고자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허리 및 다리골절로 신음하고 있는 것을 응급처치후 헬기로 후송하였는데 사고자는 일행과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산행을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져 추락한 사고였다.
특히 인수봉 주변 야영장에는 휴일 야간에는 소주 대병을 일명 미사일로 호칭하며 큰 코펠에 담아 돌려먹는다. 밤새워 마시고 취바위가 호기인양 자일을 들고 올라간다. 뒤에는 저승사자가 웃으며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생명이 몇 개나 되는양 호기를 부린다.
어느 산악회는 술이 떨어져 후배에게 술을 구해 오라고 하여 새벽에 구조대까지 와서 술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대슬랩에서 떨어져 전신골절된 사고자를 응급처치하는데 술이 덜 깬 상태로 행설수설하고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야영하면서 밤새 술을 마셨고 추락후 통증을 잊기 위해 소주 한병을 더 마셨다고 한다. 중상이상 사고의 대부분이 음주로 인한 것이다.
이웃 일본 사람들에게 암벽등반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암벽등반을 하나의 종교의식처럼 생각하고 경건하다고 할 정도로 신중히 행동하는 것을 보고 하나의 놀이쯤으로 생각하고 등반하는 우리문화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야영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술을 들이키고 있는 등반객들의 모습을 보고는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을 앞두고 술을 마실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필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암벽등반에서 음주는 자살행위인 것을 왜 모르는지....
티끌만한 잡념도 허용치 않는 고난도 암벽등반은 참선 수련을 하는 정결한 수도승의 마음으로 몸이 아닌 마음의 선을 넘는 행위라고도 한다.
짧은 시기에 고도성장을 한 나라의 문화적 병폐중 하나가 안전불감증이다. 건물을 지을때도 기초보다 공정시일에 쫓겨 안전보다 목표달성에 중점을 둔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기초도 없이 눈앞의 결과만 중요하다.
필자는 등반외에 수동카메라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기다림이라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인한 즐거움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필림을 현상소에 맡겨 어떤 사진이 나올까 하고 며칠을 기다릴때의 설레임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의 디지털 카메라는 셔터를 손으로 눌림과 동시에 사진을 바로 볼 수 있고, 가정에서도 발로 뛰는 수고로움 대신 컴퓨터에 손가락하나만 움직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진정 땀의 즐거움을 뺏어가는 인스턴트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런 ‘빨리 쉽게’ 문화가 국가발전에 공헌한 것은 사실이나 개인적으로 정신문화에서는 황폐화를 부추기는 것 같아 아쉽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대학산악부에서도 합동등반을 하게 되면 인수야영장이 꽉 찰 정도로 시끌벅적 했는데 해가 갈수록 인원이 줄고 있다. 취미도 힘든 건 싫은가 보다.
그러나 인수봉의 장엄함과 푸르른 달빛에 반사된 아름다움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결코 땀흘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가 항시 책상 앞에 적혀있는 글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할까 한다.
수직세계인 암벽에서 잘못된 습관으로 인한 추락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은(언젠가)추락 하고 만다는"소드의 법칙"을 명심하고, 우리는 사고가 일어날 백만분의 일의 추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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